미주 한인경제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인경제는 인공지능(AI) 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세대교체, 한류산업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개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넘어 한인사회 전체의 경제적 역량을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추진할 '미주 한인디아스포라 공동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을 제안한다. 핵심은 흩어져 있는 한인기업과 인재, 자본, 기술, 시장을 연결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성과를 다시 공동체의 발전으로 환류시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성장에서 공동체 경제생태계 구축으로

미국 한인사회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전개해 왔다. 뷰티서플라이, 식품유통, 요식업, 네일, 부동산, 금융, 전문서비스업 등에서 상당한 사업 기반을 구축했으며, 차세대 한인들은 첨단기술과 금융, 의료, 문화콘텐츠 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산은 지역과 산업, 세대별로 분산되어 있다. 개별 기업의 경영 성과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경제적 자산으로 축적되고, 기업 간 협력과 차세대 육성으로 이어지는 체계는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경제개발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의 한인경제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동구매, 공동유통, 공동마케팅, 기술협력, 금융 및 인재 매칭을 통해 집단적인 경쟁력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과거에는 대기업만 가능했던 시장조사, 데이터 분석, 고객관리, 글로벌 공급망 운영을 중소기업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누가 추진할 것인가… 민간 주도 경제개발협의회 설립

5개년 계획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추진 주체의 구성에 달려 있다.

정부나 특정 단체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보다는 한인 경제단체, 기업인, 금융기관, 전문인, 차세대, 지역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미주한인 경제개발협의회' 구성이 바람직하다.

협의회는 공동비전 수립, 산업별 전략 조정, 재원 확보, 지역 간 협력, 사업성과 평가를 담당하고, 실제 사업은 전문기업과 산업별·지역별 실행조직이 수행하도록 한다.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지역 상공회의소, 한인회, 직능단체 등이 기존 조직 기반을 제공하고, 한인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자본조달을, 대학과 전문가는 기술 및 인재 육성을 맡는 방식이다.

여기에 재외동포청과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미국 연방·주·지방정부의 경제개발기관이 정책적 협력자로 참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참여기관이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갖고, 경제개발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한인경제 고도화를 위한 7대 핵심사업

5개년 계획의 주요 사업으로는 일곱 가지 분야를 제안한다.

첫째, 뷰티서플라이·식품·요식업·웰빙산업 등 기존 한인 주력산업의 AI 전환과 생산성 혁신이다.

둘째, AI·헬스테크·로봇·K-콘텐츠 등 차세대 성장산업의 창업 및 사업화 지원이다.

셋째, 한국의 제조·기술 역량과 미국 한인기업의 현지 시장 경험을 연결하는 한미 공급망 및 시장진입 사업이다.

넷째, 공동체 금융, 투자자 매칭, 기업승계 및 공동자산 형성사업이다.

다섯째, 한인 1세대의 경험과 차세대의 전문지식·기술을 연결하는 경제교육 및 인재육성 사업이다.

여섯째,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 활성화, 공동시설 개발, 지역경제 협력사업이다.

일곱째, 기업과 인재, 시장 수요, 자본, 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한인경제 데이터·AI 플랫폼 구축이다.

이들 사업은 각각 독립적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상호 연결될 때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인 뷰티서플라이 기업의 재고관리 문제를 AI 기업이 해결하고, 한국 제조기업이 새로운 상품을 공급하며, 금융기관이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공동마케팅 플랫폼이 미국 주류시장 진출을 돕는 통합적 경제협력 모델이다.

2027년 기반 구축, 2031년 자립형 경제개발체계 완성

5개년 계획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7년에는 경제개발협의회 설립과 한인경제 실태조사, 기업·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뉴욕·뉴저지 지역의 시범사업에 집중한다.

2028년에는 공동구매, AI 경영전환, 한미 비즈니스 매칭, 차세대 창업지원 등 실질적인 수익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검증한다.

2029년에는 검증된 사업을 다른 주요 한인경제권으로 확산하고 산업별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한다.

2030년에는 전국적인 경제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공동조달, 교육, 시장진입 서비스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2031년에는 사업 수익과 민간재원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확립하고 차기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개발의 성과는 행사 개최나 협약 체결 건수가 아니라 기업 매출증가, 원가절감, 신규 거래, 창업 및 고용, 투자 유치, 공동체 재투자 등 실질적인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경제개발 재원, 후원금 의존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수적이다.

초기 검토안으로 5년간 약 500만 달러 규모의 운영재원을 가정할 수 있다. 이는 확정된 예산이나 조달계획이 아닌 향후 참여기관이 검토할 예시 규모다.

재원은 기업 및 경제단체 분담금, 민간 후원, 공공·민간 지원사업, 교육·컨설팅·시장진입 서비스 수익, 개인 기부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

특히 경제개발협의회의 공익적 역할과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전문기업의 상업적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공공성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경제신문과 디지털 플랫폼, 새로운 경제개발 인프라로

이번 계획에서 주목할 분야는 경제정보와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다.

경제신문은 단순히 경제현상을 보도하는 매체를 넘어 기업의 문제와 시장의 수요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시하는 경제정보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과 기업, 인재와 기업,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고 실제 사업계약과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수단이 된다.

뉴욕경제신문의 산업별 취재·분석 기능과 한인 디아스포라 연결 플랫폼 KOSPORA의 매칭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시범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운영과 언론의 편집 독립성, 공동체 경제개발협의회의 의사결정 권한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뉴욕·뉴저지에서 시작해 미주 전역으로

계획 수립의 출발점으로 뉴욕·뉴저지 지역을 제안한다.

우선 기업인, 경제단체, 금융인, 차세대, 학계 전문가 등 15~20명 규모의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6개월 동안 실태조사, 기업 인터뷰, 산업별 사업성 검토, 재정계획 수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초기 100일 동안 한인기업 인터뷰, 뷰티·식품산업 공동사업 발굴, AI 전환 시범사업, 한미 비즈니스 매칭을 추진해 경제개발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검증된 사업모델은 지역별 특성에 맞게 수정·보완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경제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체의 자기발전 능력

한인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단순한 산업육성 정책이 아니다. 한인사회가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공동체적 역량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한인이라는 공동의 정체성과 신뢰를 경제협력의 자산으로 활용하되, 그 성과는 미국의 다양한 지역사회와 산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경제적 성장은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발전된 공동체는 다시 기업과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미주 한인사회에도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경제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흩어진 한인경제의 역량을 연결하고, 연결된 역량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창출한 가치로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것.

이것이 미주 한인디아스포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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